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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적폐'가 부활한다는데…

작성일 : 2018-10-03 14:08



시민사회언론단체 200여개가 참여하는 방송독립시민행동이 청와대 앞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언론적폐 청산을 포기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를 성토했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적폐를 청산하고 '언론 자유와 독립 회복'을 약속했으나 출범 후 진행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은 '언론적폐 청산'이 아니라 '언론적폐 부활'로 귀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탄생의 조력자였던 시민단체들이 왜 청와대까지 쫒아가 목소리를 높였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적폐청산’은 지지자를 결속시킬 순 있지만 반대 세력을 포용하진 못한다. 사실 적폐청산은 집권 세력이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되는 세력을 구악으로 규정하고 청산해야 한다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민주주의 정치와는 다분히 거리가 있다. 민주주의는 ‘동의하지 않음에 동의’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는데 상대를 적폐로 규정하는 것은 자신들만 옳다는 독선을 전제로 한다.

현재의 적폐청산이 ‘정치 탄압 구도’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에 기반 한다. 지속적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아 시행한다면 동력을 얻을 수 있지만 80%가 넘던 지지율이 하락세로 반전하고 있는 시점에서의 적폐청산은 정치탄압으로 보일수도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부분 하락한다. 선거 당시 유력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당선된 후 정책 시행착오를 보며 실망으로 바뀌고 다른 이념을 가진 유권자들은 지지를 철회한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 된 이후 정책을 보면서 다른 이념을 가진 유권자가 속았다고 생각해 지지를 철회하고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일종의 프레임을 만들어 정권 비판세력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과거 청산 작업 중 가장 회자되는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과거 청산 작업이다. 만델라대통령은 백인, 흑백 혼혈인, 인도인, 흑인으로 인종을 나누고 다른 인종간의 결혼을 금하며 거주지를 규정해 강제 이주시키고 유색 인종이 중앙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법으로 제한한, 46년간 계속되어 왔던 백인우월주의를 과감히 혁신한다. 만델라 정부는 ‘잘못에 대해 진실을 말하면 용서하나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진실을 밝혀 처벌하겠다’는 원칙에 선언하고 적폐청산에 나선다. 사회적 조화를 최고선으로 삼고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사회,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중국 ‘신당서(新唐書) 소안환전(蘇安桓傳)’에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말이 있다. 여황제인 측천무후에게 신하가 상소를 올려 ‘무후께서는 편안하게 황제 자리에 계시지만,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고, 그릇도 가득 차면 넘친다는 도리를 모르고 계신다’고 간언한 말로 마땅히 끊어야 할 때 끊지 않으면 혼란을 입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흥망성쇠는 반복되는 것이므로 모든 일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는 충언이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로 규정하고 청산하겠다는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정당이 공개한 ‘공공기관 친문 백서:문재인 정부 낙하산ㆍ캠코더 인사현황’ 자료에 따르면 340개 공공기관에 1651명의 임원이 임명됐고 이 중 365명이 소위 ‘캠코더’ 인사였다. 365명 중 94명은 기관장이었고 낙하산으로 취업 시켜준 인사 상당수는 일선에서 물러난 정치인이다.

제왕학의 고전 ‘정관정요’를 보면 성군으로 알려진 당태종이 천하를 평정하고 태산에 올라가 봉선(封禪)을 지내려 하나 신하 위증이 ‘폐하의 공적은 높고 덕행은 두텁지만 아직 백성에게 은택이 두루 퍼지지 못했다’고 반대하자 태종은 계획을 중단하고 백성의 뜻을 다시 살핀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보며 당태종의 치세가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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