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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여가 사라지는 대학가...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이유는

작성일 : 2018-11-26 10:39



동국대학교 총학생회가 지난 21일 총학투표를 통해 총여학생회(총여) 폐지안을 가결시키면서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의 총여가 사라지고 있다. 연세대가 제30대 총여를 출범시키면서 명맥은 이어가고 있지만 '총여 폐지' 바람은 현재 대학가에 불고 있는 광풍이다.

서울 소재 대학 중 건국대와 중앙대, 홍익대는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총여를 폐지했다. 중앙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2014년 독립적 기구였던 총여를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했다.

성균관대도 올해 학생 총투표 끝에 총여 폐지를 의결했으며, 광운대는 10년 넘게 후보자 없이 자리를 비워뒀던 총여를 폐지하기 위해 조만간 학생 총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외대도 총여가 없어졌으며, 한양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은 총여가 명목상 존재하지만 장기간 공석인 상태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학가의 '총여 폐지' 바람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대학생들은 '총여의 불필요성'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한철(27·남·대학생) 씨는 대학 교육을 서비스로 이해하는 풍조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내가 낸 돈으로 구매하는 서비스에 ‘총여’라는 서비스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총여 폐지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총여학생회 폐지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대학 교육이 서비스로 이해되는 풍토가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 자치라는 정치적 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대학 행정부서, 교강사 집단, 나아가 학생 기구가 내가 낸 등록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는 '합리적 소비'로서의 경제적 과정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총여의 서비스에 해당사항이 없으니 그에 대해 구매 의사가 없다, 즉 내 등록금이 거기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표현이라고 봐요. 문제는 그게 대학내 발언권을 포함한 학생 자치의 관점에서는 학생들의 입지를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고요”

구성원에 대한 공감과 이해 결여가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강수정(26·여·대학생) 씨는 총여가 사라지는 이유가 총여를 통해 여학생들이 ‘부당하게’ 이득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실제로 여학생들이 총여를 통해 얻는 ‘이득’이 과연 남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혜택인가에 대해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원인은 학생들이 같은 학내 구성원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결여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총여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여성을 학내 구성원 중 ‘소수자’로서 인식하지 않아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거부하죠. 그 이면에는 여학생들이 총여를 통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있다고 봐요. 그러나 그 ‘이득’이라는 게 과연 정말 플러스와 같은 것인지, 아니면 마이너스를 0, 남들과 동일한 선상에 올려놓기 위한 것인지는 고민해봐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김세형(26·남·대학생) 씨는 총여를 폐지하는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단체에 문제가 생겼다면 단체 수장이나 운영진을 퇴진시키면 될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관심 부족을 이유로 드는 경우도 있는데, 요즘은 총학마저 투표율이 모자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유독 총여만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요. 중복 권리 문제 등의 이유도 있다지만, 결국 총여가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응집력이 될 수 있는 자치 기구이기 때문에 남학생들이 그에 대해 반감 혹은 경계심을 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설사 논란이 된 총여의 문제가 정말로 크더라도, 해당 구성원이 사퇴하는 것으로 충분할 텐데 굳이 총여 폐지를 함께 논하고 있잖아요. 총여가 눈꼴사나웠는데 마침 좋은 빌미가 생겼으니 이 참에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의미 같아요”

패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총여로 튀었다는 주장도 있다.

장지원(25·여·대학원생) 씨는 ‘관심 부족’이 아닌 남학우들의 ‘지나친 관심’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총여가 여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치기구이기 때문에 남학우들이 그에 대한 반감 혹은 경계심을 품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학생자치기구나 단체에 대해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총여가 사라진 데에는 단순히 학생들의 관심 부족만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오히려 총여에 대한 남학우들의 지나친 관심, 달리 말하면 지나친 반발심과 적대감이 총여를 없애는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돼요"

소위 ‘깨인 남성’이라고 부르는 남성들이 문제라는 얘기도 나왔다. 김민아(25·여·대학생) 씨는 가시적 문제에는 동조하지만 비가시적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총여의 폐지에 암묵적 동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여가 외면 받고 무산되는 요인 중 하나는 여성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식이 깨어있다고 여기는 남자들이라고 생각해요. 제 주변에도 페미니즘 문제가 대화의 주제가 될 경우 대부분의 남자들은 낙태법,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제도에 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요. 반면 여성의 성적 대상화, 유리천장 등 비교적 비가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면에서 총여에 반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겉으로 보이는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졌으니 총여가 불필요하다는 거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아직 고쳐지려면 멀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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